인권위가 지난 12일 인권침해 소지 영역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해 교육부가 이에 대한 수용을 미루고 있어 비난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전교조 기자회견에 이어, 민주노동당·민변·진보네트워크센터·인권운동사랑방·문화연대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보호-NEIS 폐기 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는 16일 이른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위의 NEIS 정책권고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교육부가) 인권위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학사일정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등의 핑계를 들어 인권위 권고안을 거부하거나 일부분만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인권위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고발이나 책임자 추궁 등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또 교육부가 오는 19일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아래 정보화위원회)를 개최해 NEIS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교육부는 NEIS 시행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지난 3월 28일 NEIS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정보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보화위원회는 교육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교원 3단체, 학부모 3단체, 법률전문가 2명, 교육부 2명, 교육·전산전문가 각 1명, 시민·인권단체 각 1명 등 15명으로 구성됐으나, NEIS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전교조와 인권단체,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이에 불참했다. 정보화위원회는 일부 항목을 조정하고 지난 4월 11일부터 NEIS를 전면 시행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정보화위원회에 NEIS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참여를 거부했는데도 교육부는 위원회를 파행적으로 진행했다"며 "NEIS 강행을 결정한 후에도 한 달이 넘도록 회의를 진행하지 않아 NEIS 강행을 위한 들러리였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이 위원회가 '네이스는 인권침해 소지가 없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으며, 의결기구도 아니다"라며 "(교육부가) 이러한 위원회에 NEIS 진행사항의 의결을 맡기겠다는 것은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거나 일부분만 수용하는 부담을 외부 위원회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소장은 이날 "인권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 마당에 심의위원회에서 NEIS 문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전후가 바뀐 것"이라며 "여론 수렴을 위한다면 NEIS를 처음 추진하기 전에 (정보화위원회를) 구성했어야 했다. 인권위 결정으로 이미 끝난 일이고, 이제 남은 일은 (인권 침해 영역을) 폐기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허혜영 상임활동가 또한 "정보화위원회는 애초 교육부가 NEIS를 강행하기 위한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구성했다"며 "NEIS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못박았다. 허혜영씨는 또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라며 교육부를 비난했다.
이날 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 권고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연석회의는 오는 19일 늦은 3시 열리는 심의위원회 앞서 늦은 2시 30분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전교조는 NEIS 시행에 반대하며 강행키로 한 연가투쟁 찬반투표를 이날 예정대로 실시했다. 조합원 9만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찬반투표는 전국의 각급 학교별로 오는 19일까지 실시된다.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인권위 결정 수용을 촉구하며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부근 청운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