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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자료실

번호 : 12
글쓴날 : 2003-10-17 16:18:14
글쓴이 : 이은희 조회 : 3278
제목: [최성수칼럼] 학생 성적이 '양가'면 삶도 '양가'인가

학생 성적이 '양가'면 삶도 '양가'인가

1988년도의 일이니까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어느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는데, 그 해에 맡은 아이들은 내 교직 생활에서 첫 손 꼽힐 정도로
말썽이 많았다.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가출이 비일비재했고, 밖에 나가서 남을 때려 문제가 된
아이도 있었다. 어느 날엔가는 학급의 모범생 몇이 내게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아무개를 왜 퇴학시키지 않으시는 건가요? 걔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이
피해를 보잖아요."

그때 내가 무슨 말로 대답을 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무사히
일 년 동안 아이들을 잘 데리고 있다 3학년으로 올려 보냈다는 것은 또렷이
기억한다.

물론 나는 그때 교직에 나선 지 오년 남짓 된 아직은 초보인 선생이었다. 그러니
온갖 시행착오와 문제투성이 교사였음이 틀림없다. 다만 아이들을 아이들로 보자는
생각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서였다. 졸업을 하고 대학생이 된 그때 우리 반 아이들 몇이
정초에 우리 집에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

"이제는 선생님이 왜 그때 퇴학만은 시키지 말자고 했는지 알겠어요.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문제아건 모범생이건 선생님한테는 다 소중한 제자였을테니까요."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배려할 줄 아는 부쩍
커버린 아이들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지금도 그때의 아이들 몇은 일 년에 두어
차례 만나자는 전화를 해 온다.

이 제 그때의 제자들은 사회의 곳곳에서 젊은 역량을 나름대로 발휘하며 훌륭하게
살고 있다. 그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 교직 생활에서 가장 말썽 많았던 반의
그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사회의 밀알이 되어 있다는 생각과, 그래서 아이들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존재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마도 지금은 연락조차 없는 그때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도 세상 어느 곳에선가
제 몫의 삶을 살아가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지 금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 아이 중에, 수업 태도도 엉망이고 늘 지각과 결석을
하는 아이가 있다. 얼마 전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3학년에 올라가면
직업반으로 갈 거라며, 지금도 요리 학원에 다니고 있고, 나중에는 이름난 한정식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는 그 아이의 표정에는 평상시와 달리 말썽꾼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진지함이 가득 배어났다. 그 아이의 반에는 전교 일등을 하는 아이도
있다. 나는 일등을 하는 아이만큼, 요리사의 꿈을 키우는 그 아이도 대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감사원장 후보인 윤성식씨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 학교 생활 기록부가
공개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는 그 생활기록부를 교육부가
앞장서 공개한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개인의 생활 기록부를 교육부가
마음대로 공개한 것은 정보 인권 차원에서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문제를 다른 각도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공개 되든 안 되든 간에 생활 기록부를 보는 시각의 문제다.

학 교 생활 기록부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그것도 담임 교사가 일
년 동안 본 아이의 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일생을 살아갈 한
존재의 아주 작은 일부분을 보는 것일 뿐이다. 그것도 어린 시절, 결정된 것보다는
가능성이 더 많은 시기의 그 아이에 대한 판단일 뿐이다.

아이들은 늘 변화와 발전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들이다. 비록 지금 말썽을 도맡아
피우고,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 해도, 그 아이의 일생이 그런 문제와 말썽으로
이어지란 법은 없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어떤 계기에 의해 바뀌기 마련이다.

그 계기는 큰 사건일 수도 있지만, 아주 사소한 일이거나 혹은 심리적, 정서적
상태일 수도 있다. 학교 생활 기록부에 그 아이가 말썽꾼이 독선적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해도, 그 아이의 전 생애가 말썽꾼이고 독선적인 인간이 되란 법은 없다.
학교 성적이 온통 양과 가라고 해도, 그 아이의 삶의 성적이 양과 가라는 법은
없다.

설사 성적이 온통 가라면 어떤가. 우리의 생의 성적이, 사회적 저명 인사가
되었다고 해서 ‘수’이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간다고 ‘가’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를 향해 “아주 양가 아저씨야, 양가 아저씨.”라는 비아냥을
하는 사람의 의식 속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는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양가를 맞고 말
썽을 피우던 아이가 자라 한 나라의 중요한 직책을 책임질 만큼 성장했다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한 점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모 범생이 최선의 존재라는 의식은, 학교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일류대
지상주의를 만들고, 사회에서는 엘리트 지상주의를 만들어 낸다. 학교를 일류대
입학 숫자로 줄 세우고,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를 기득권의 확대 재생산의 마당으로
만들어내는 이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야말로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우리 사회의
우상인지도 모른다.

나는 감사원장 후보였던 윤성식씨가 어떤 인물인지 모른다. 아울러 그의 감사원장
임명이 적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나 학교에 있는
나로서는, 그의 공개된 생활 기록부를 보면서, 그 사람이 변화하고 발전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것은 아이들을 완성형의 존재가 아니라 진행형의
존재라고 믿는 나의 교육적 소신이기도 하다. /최성수 기자
(borisogol@hanmail.net)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최성수 기자는 고등학교 교사이며 <장다리꽃같은 우리
아이들>(실천문학사),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사랑은>(내일을 여는
책>등의 시집과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동녘), <꽃비>(해들누리)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오마이뉴스   2003-10-02 11: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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