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이제 정착되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여지없이 출발!
평택에서 아침 일찍부터 나오신 두분, 성남의 중원지구당 남언호님, 반미넷의 영원님과 기존맴버 두명이 함께 출발했습니다. 출발하자마자, 서울대에서 한분, 반미넷에서 한분 결합합니다. 힘차게 연세대를 떠나서 금화터널로 향했습니다.
독립문에서 박종석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제 오기로 한 사람들은 얼추 온 거 같습니다. 사소한 질문에도 세세하게 설명을 해 주시는 친절한 박박사님.(사실 아는 지식은 충분히 박사지만,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계신 만학도입니다.)
앗, 그렇지만 반미넷의 썰렁한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반미넷 사무실이 있는 동대문에 (동대문 근처) 정확한 행정소속이 어디냐고 묻는 겁니다. 동대문이 동대문구에 있나, 종로구에 있나?
장황하고, 그럴 듯한 재우님의 설명과 영원님의 툭툭 던지는 말에 다들 웃음이 터집니다. 재우님은 아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가 봅니다. 달변가입니다.
근데, 박종석님은 재우님 언변을 분석합니다. 객관사실과 추측, 주장을 서로 명쾌하게 가르지 않고, 섞어서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결론이 이상한 겁니다.
북악산을 오르면서도 쉼없이 서울의 풍수지리부터 산에 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털어놓습니다. 산을 좋아하나 봅니다.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이야기하는데, 거침없습니다.
기분도 상당히 좋은 것 같아 이야기를 즐겁게 하는데 결론이 조금 묘하게 나는 재우님.
있다가 청와대를 한 바퀴 돌고 나서도 계속됩니다.
김밥을 사고,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순례하는 길을 접어듭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여성은 한 명밖에 없고. 다들 시커먼 남자들이어서 경찰들이 긴장합니다. 청와대 팔판 앞에 갔는데도, 방패를가지고 허겁지겁 달려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다리게 하고, 석관중학생들은 거의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줄지어서 청와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중학생은 가능하고 우리 도보순례단은 왜 한 명씩 지나라고 하는지 분통이 터졌지만 참았습니다.
오늘도 청와대는 맨투맨입니다. 경찰들은 곳곳에서 서 있고, 우리가 지나가면서 모르는 길을 물어보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도보순례단보다 먼저 지쳐서 걷지 않으려고 편법을 쓰는 겁니다.
우리야 경찰이 따로 우리를 담당하고, 도보순례를 돕는 건 필요없는데도 자꾸 길안내를 자처하고 나섭니다. 그러면서 또 힘들다고 징징대는 경찰들이 참 이상합니다.
평화롭게 청와대앞을 지나치겠다는데, 나서서 막고, 길안내를 하는 척하면서 우리를 감시하는 건 그들의 임무지만 우리를 가라 말아라 할 수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맨날 그들은 우리가 자기들의 지시를 받아야 되는 것처럼 고압적입니다.
경찰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오늘의 멤버가 다 모였습니다. 북악산을 오릅니다.
오늘은 날씨가 햇볕도 구름에 가려져 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서 도보순례에는 최적의 날씨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오르막 산길을 오르는데도 별로 힘들어하질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후다닥 북악팔각정에 도착합니다.
북한산이 구름장막을 거두고 모처럼 선명합니다. 밥을 먹기전에 사진부터 한방!
점심을 먹기 위해 펼쳐든 김밥과 평택의 청년들이 싸온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탄성과 환호가 절로 나옵니다. 유부초밥! 손수 만들어서 오신 희연님. 맛은 더욱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그래서 평택에서 오느라고 얼마나 일찍 일어났냐고 하니, 5시에 일어나서 도시락 싸고 왔다는 이야기에 다들 감탄.
정말 정성이 담뿍 담긴 점심을 먹고나니 다들 늘어집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옛일을 회상합니다. 대학 때 잘 나가던 시절. 군대이야기에 다들 유쾌해지기도 하고, 뻘쭘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호단장이 이야기의 언저리에 있는 평택청년들을 일으켜세워 몸짓을 시킵니다. ‘바위처럼’을 귀엽게 춥니다. 다음은 서울대생이 너무도 썰렁한 B급문선으로 ‘들어라 양키야’를 춥니다. 원래의 춤을 모르는 선배님들은 일명 작업버전에 웃음을 짓지 못하고, 당황해하십니다.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서 반미넷 회원들이 나섭니다. 아예 다들 불러내서 ‘우리하나되어’란 문선을 같이 춥니다.
남언호님이 ‘혁명동지가’를 부르자 조금은 머쓱하지만 따라 부릅니다. 박종석님은 있다가 내려오면서 부르겠노라며 사양을 하셨습니다.
정말 내려오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상당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국민학교 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노래실력을 도보순례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선지 박종석님은 즐거워합니다.
노래부르면서 내려오는데 깜짝 노래 실력을 보여준 사람은 박종석님 뿐 아닙니다. 오늘 맛나고 정성스런 도시락으로 우리를 감동시킨 희연님이 사랑가를 부르는데, 다들 감탄입니다. 이어 한 번 더 청해 듣는데, 목청이 은구슬 굴러가는 듯합니다. 조금 무리해서 가사가 긴 진주난봉가를 청해서 다같이 도와가며 불러봅니다.
다들 한 곡씩 노래를 부르고 나니, 성북동 호화주택가가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평택청년들이 힘들어합니다. 외국에서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집들을 보더니 더욱 힘이 달리나 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식식거리며 따라옵니다.
삼청터널에서 삼청각 버스를 얻어타질 못하고 오늘은 각개전투로 세 팀으로 나뉘어서 차를 얻어탔습니다. 오늘은 정말 차 얻어타는데 곡절이 많습니다. 하영옥님은 구겨져서 차에 실려내려갔고, 지호단장과 박종석님은 아기가 탄 차를 얻어타서 아이가 갑자기 놀라는 바람에 운전하는 애엄마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아이는 지호단장님의 까만 얼굴이 무서웠나봅니다. 박종석님이 안아주자 다소 안심은 하였지만, 여전히 내릴 때까지 울어댑니다. 결국 우리를 내려주곤, 운전하는 애엄마가 앞자리로 아이를 옮깁니다.
힘들어지는 막판 레이스입니다. 역시 평택에서 너무 일찍 일어나서 오신 두분이 쳐집니다.
무척 미안해 하면서 그래도 쳐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씁니다. 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화여대부터 연세대까지 들어오는 코스는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는 코스입니다. 보부도 당당하고 멋지게 우렁찬 목소리로 이석기 선배님과 양심수전원석방을 소리내었습니다.
오늘은 일찍 끝나고 저녁을 같이 먹습니다.
저녁을 빨리 마치곤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석합니다. 광화문도 촛불시위관련 구속자 전현욱씨의 석방운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7시30분에 촛불행진을 시작해서 같이 갔던 반미넷 회원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습니다.
양심수와 함께하는 효순이,미선이 촛불대행진을 마치고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2003년 7월3일
도보거리:25km
총거리: 1325km
인원: 9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