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사실상 전면 시행] 외국에선
[속보, 정치, 사회] 2003년 06월 01일 (일) 21:15
[중앙일보 김종윤 기자] 호주 정부는 10여년 전 주민카드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처럼 모든 국민이 번호를 부여받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국민의 반대로 이를 포기했다. 주민카드가 도입되면 국민을 위한 사회보장시스템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후 호주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조정과 협의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호주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육정보시스템 구축 때 개인정보 보호가 문제점으로 불거졌다.
호주의 교육정보시스템은 'EdNA'란 이름의 교육포털사이트로 2001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EIS가 교사.학생 등의 학사, 교무, 신상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EdNA는 학습교재.커리큘럼 등 수업과 관련된 정보만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서비스 초기 EdNA에 접속하는 교사.학생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도적으로 개인들의 신상정보를 모으지는 않았지만 사이트 접속을 위해서는 본인 확인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호주는 이 문제를 두 단계로 해결해 나갔다. 우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에 조정과 협의를 거쳤다. 정부 부처끼리 또는 정부와 이익단체의 자율 조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6개월에 걸친 조정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법률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특별조직을 활용했다. 바로 연방개인정보보호법과 연방개인정보위원회다. 이 법은 호주가 주민카드를 도입하려다 정보유출 우려 때문에 좌절한 경험을 살려 1988년에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정보유출 혐의가 있는
조직이나 개인에 대해 강제로 조사하고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 조사대상엔 정부 부처도 포함돼 있어 국민의 정보를 함부로 다른 부처에 넘길 수 없다.
호주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국가정보경제위원회(NOIE)의 로빈 플레밍 총괄국장은 "호주의 교육정보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또 이해당사자 간의 자율 조정에 맡기되 여기서도 합의되지 않을 경우 내각이 나서 법적으로 조정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한다.
호주 교육과학부 법무담당관 롭 메이슨 변호사는 "한쪽 방향으로 법제화가 되면 다른 주장을 편 쪽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양보와 타협의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