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싸고 전면적 강행을 주장하는 교육부와 인권침해 가능성을 주장하며 이에 반발하는 교원·시민사회단체들 간에 갈등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는 NEIS에 반대하는 측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실제 많은 수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찬·반 양측 모두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국가 인권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첨예하게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인권위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가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NEIS와 같은 전국단위 시스템으로 국민의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때문에 이번 NEIS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가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정보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시민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고 판단하여 줄 것을 바랍니다.
1. NEIS가 가지고 있는 인권 침해적 요소, 항목들과 장점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체적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NEIS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화를 통한 효율성 증진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에 대해 우리사회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프라이버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책권고를 하는데 있어 NEIS가 가지고 있는 인권침해 요소와 정보화라는 이름으로 허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구분하고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교무/학사/보건 영역뿐만 아니라, NEIS의 모든 영역에 대해 내려져야 할 것입니다.
2. 핵심 쟁점 영역인 교무/학사/보건 3개 영역에는 인권 침해 요소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NEIS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교무/학사/보건 영역은 교육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인권침해 요소가 명백한 것입니다. 이들 영역은 교육부가 뒤늦게 항목을 대폭 축소하고는 '이 정도면 되지 않았느냐, 더 이상 양보 못하겠다'라고 할 수 있는 협상의 영역이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3개 영역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야 합니다.
<교무/학사/보건 영역의 인권침해 항목(발췌)>
성적, 출결사항, 학생생활 등의 정보는 학생 개개인의 과거사를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타인에게 편견을 줄 수 있는 정보이고, 생활보호대상자여부, 특수교육대상자 여부 등 학적에 기록되는 많은 사항들은 본인이 매우 밝히기를 꺼리는 내밀한 정보입니다. 체질, 병력 기록 등의 정보는 유출시 취업 등에 있어 치명적 손해를 안겨줄 수 있는 정보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담당 교사에게는 학생생활 지도를 위해 유용한 정보일 수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유출될 경우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야기할 것입니다.
교육부는 이미 문제가 있는 많은 항목을 '삭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삭제했다고 하는 항목들은 단지 필수 항목에서 제외된 것일 뿐 그 필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입력 항목이 남아있다면 그 언제든지 채워질 위험이 있고, 그렇게 양식화, 표준화된 NEIS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침해하게 될 것입니다.
3.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실들에 대해 전면 재 논의 할 것을 권고하여야 합니다.
교육부는 청문회 자료집에서 "3월 28일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교육·전산·법률전문가, 사회·인권단체 등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로 구성된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발족하여 2회에 걸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NEIS 시행 기본원칙을 결정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 위원회는 교육부에 의해 NEIS에 찬성하는 측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구성되었고, NEIS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반쪽 위원회에 불과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항에 대해 전면 재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고하여야 하며 양측의 입장이 모두 반영될 수 있는 중립적 위원회 구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권고하여야 할 것입니다.
4. 국가인권위원회는 NEIS가 전자 정부 문제의 출발점임을 감안하여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터의 수집, 이전, 관리, 보존연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강조하여야 합니다.
NEIS는 전자정부 11대 사업 중 처음으로 시행된 사업입니다. 지금 NEIS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은 향후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화의 진행은 필연적으로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가져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의 기준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 국가가 국민의 데이터를 수집, 이전, 관리, 보존하는데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러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권고하여야 합니다.
교육부는 졸업생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NEIS 상 민원서비스 제공기간을 초·중등학교는 졸업 후 1년, 고등학교는 졸업 후 5년까지로 단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민원서비스 제공'이라는 구체적인 목적에 국한해서 개인정보를 보유/제공하겠다고 연한을 조정한 것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육부는 졸업생들의 자료를 연한이 지나면 단지 민원서비스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을 뿐 이들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 연한이 지난 자료에 대해 백업 데이터를 만들어 보존하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개인정보는 그 사용목적에 국한하여 적정한 만큼 수집되고 적정한 기간동안만 보존되어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이러한 것들에 대한 원칙이 세워져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그 위에서 모든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5. NEIS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3개 영역에 대한 시행 중단을 권고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NEIS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4월 11일 공식적으로 NEIS의 전면 시행을 발표한다고 하였습니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전면 시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일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NEIS의 핵심 3개 영역에 대한 시행 중단을 권고하여야 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