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국무총리실과의 정책협의를 거쳐 1일 내놓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 시행지침은 사실상 ‘네이스 강행’과 다름없다. 또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교사의 ‘편의’와 맞바꿈으로써 인권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가 앞장서서 약속을 파기한 것은 현 정부의 개혁정책 추진에 내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네이스 밀어붙이기=교육부는 이날 “네이스 27개 영역 가운데 교무학사 등 3개 영역의 네이스 시행 여부는 새로 구성될 정보화위원회가 결정한다는 합의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정보화위원회 결정에 따라 네이스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들조차 “이는 수사일 뿐 네이스 강행이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월까지 학교종합정보관리스스템(시에스)으로 하고 3~5월 네이스로 운영한 것을 두고도 교총은 물론 교육부까지 “이미 네이스에 입력한 3개월치 자료를 다시 시에스로 되돌리려면 6개월이나 걸리고 이는 학사대란을 부른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네이스를 허용함으로써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이미 네이스 시행 1년이 되고, 이는 돌아갈 수 없는 지점까지 온 것을 의미한다.
또 정보화위원회를 네이스 찬반론자로 50%씩 채우지 않고 “교원단체를 배제한 채 교육부가 위원을 결정한다”고 밝힌 것은 네이스 강행의 결정적인 의지로 읽힌다. 정보화위원회는 네이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보다는 불법 지적을 피하기 위해 네이스에 적당한 법적근거나 마련해주고 “해킹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줄 들러리기구로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학교는 ‘싸움판’ 불가피=교육부 지침에 따라 이번주부터 전국 1만730개 초·중·고교는 네이스를 쓸지, 수기·시에스·생활기록부전산프로그램(에스에이)을 쓸지 결정해야 한다. 학교장이 교사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할 경우 교총과 전교조 교사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다. 또 교장이 독단적으로 네이스를 선택한다면 전교조 교사들이 반발할 것이 뻔하다.
특히 많은 학교에서 전교조쪽 젊은 교사들이 정보담당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해당 교사가 손을 놓으면 네이스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교조는 이미 네이스를 ‘가동불능’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여기에 덧붙여 전교조가 이달 중순께 벌일 ‘정보인권 공동수업’도 ‘반전평화수업’처럼 교단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연가투쟁도 마찬가지다.
◇ “교사편의가 학생인권에 우선”=교육부는 시행지침에서 “네이스 중단기간에 수기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네이스·시에스·에스에이 등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기는 볼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는데 무엇이 불가피한 경우냐”는 물음에 윤덕홍 교육부총리나 서범석 차관은 “교사들이 수기 업무를 불편하게 여길 경우”라고 답변했다. “최종 결정될 연말까지는 교사들이 불편을 참고 시에스·에스에이·수기로 하자”던 합의안 정신이 뒤집힌 것이다. 인권단체들의 정부공격이 불가피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받을 ‘상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 교육개혁 힘들듯=정부가 교총·교장단 등 교육계 보수단체에 ‘백기’를 듦으로써 교장 임명방식 개선이나 교사회·학부모회 법제화 등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개혁 공약도 지켜지기 힘들게 됐다.
이런 공약들은 한결같이 보수세력들이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개혁의 ‘우군’이었던 전교조와 싸우면서, 한편으로 이런 공약을 위해 보수단체들과도 일전을 벌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가 이날 “연가투쟁을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전교조는 “(해고 등) 징계를 각오한 1000명 규모의 상경투쟁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무더기 해고’라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전교조는 현정부 임기내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