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변,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44개 시민사회 단체는 26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인권위의 NEIS 권고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시민사회 단체들은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탄압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해 현행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서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영역을 입력 대상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5조 2항에는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그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해 왔다.
그러나 막상 권고를 받은 교육부 장관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애초의 공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대신 인권위 권고안을 거부하거나 일부분만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일에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교조가 대화로 문제를 풀지 않고 국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굴복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들어줄 수 없으며, 이에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위와 전교조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22일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원들의 조퇴나 연가사용을 불허하고 주동자나 적극 가담자를 사법처리하기로 했으며, 단순가담자도 징계하는 한편 경찰의 협조를 얻어 집회 장소도 원천봉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 단체들은 NEIS를 둘러싼 최근의 사태 진행이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과 모든 개혁세력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첫째, 국가인권위의 관계기관에 대한 정책과 관행의 시정권고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19조와 제 25조 1항에 규정된, 실정법 상의 고유업무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애당초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하도록 설치된 국가기관이므로, 독립된 국가기관이 적법하게 고유업무를 수행한 데 대하여 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국가인권위의 NEIS 관련 권고를 이행하라는 전교조의 요구에 대해, ‘전교조가 정부의 굴복을 일방적으로 요구한다’고 매도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또 다른 국가기관이 이행하는 것은 “정부의 굴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라는 전교조의 요구사항은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기반한 집단이기적 요구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정보 인권을 지키기 위한, 공익과 인권에 기반한 정의로운 요구이다.
셋째, 전교조의 집회에 대해 경찰력을 동원한 원천봉쇄와, 연가와 조퇴 불허, 사법처리 및 무더기 징계를 예고하는 구시대적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문제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이런 대응 방식은 참여정부의 지지자들을 정부에 대한 열렬한 비판자로 변신시키면서, 결국 민주개혁실패로 귀결된 앞선 정권의 전철을 밝게 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덕상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오종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대표 등 정당, 시민 단체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인권위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이번 권고안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국가 기구가 정직하게 보고 정직하게 지적한 것을 인권위에 대한 도전이니 하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NEIS 관련 인권위 권고안 수용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