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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1
글쓴날 : 2003-10-17 14:34:03
글쓴이 : 이은희 조회 : 2904
제목: <단상> 인권은 편의대로 적용되는 것 아니다

<단상> 인권은 편의대로 적용되는 것 아니다

  모든 인간은 자기 삶의 주인이며, 권리의 주체라는 거짓말을 또 가르친다.
그것도 어린
청소년들에게...

  '우리는 모두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동협약 6조), 어른들은 우리에게
최선의 것을
해주어야 해요(동협약 10조), 우리에게는 우리의 의견을 말한 권리가
있어요(동협약 12
조),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귀고 모임을 만들 권리가 있어요(동협약 15조), 놀고
쉴 권리
가 있어요(UN국제아동협약 31조)'

  그러나 오늘 아침에 내가 만나고 온 14살 아이들은 0교시라는 웃기지도 않은
수업시간에
맞춰오기 위해 아침밥이나 챙겨 먹었는지, 희노애락의 여운조차 없는 무표정으로
교실에 앉
아있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 권리라는 입바른 소리를 해야 한다니...

  지난 8일 복지부는 18세 미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의사를
밝혔다. 폭력
성을 띤 불법 시위에 미성년자를 동원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인데, 복지부가
아동 권리
에 관심을 가져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왜 일까.

  아마도 0교시나 야간자습(어떤 이름으로 바뀌었다하더라도 야자는 야자다)
시간을 내어
인권교육을 허락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미 반
인권을 전제로 한 인권은 기만과 타협한 인권침해의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번 발표에 '강제' '동원' '되는' 따위의 어법을 동원해서 아동
청소년들의 권
리를 짓밟았으며 집회에 아이들과 동반한 부모들을 '자기 자식을 방패막이'로
삼은 패륜으
로 모욕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정부가 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UN아동권리협약에 관한
제2차 국가보
고서 (1999. 11. 제출)중 협약 제 15조에 관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헌법에
따라 결사
및 집회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받으며, 이는 아동에 대하여도 차등 없이
적용된다.'는 내용
에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는 이번 발표에서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결사 및 집회의 자유에 대한 주체를 국민 개인이 아닌 국가
자신으로 삼
는 폭거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에는 학문, 예술, 체육이나 국경일 행사에 관한 집회는 제외된다는
단서 조
항도 넣겠다고 하며, 아동 청소년에 대한 국가의 본래 의도 '너희들은 국가가
원하는 붕어
공장의 붕어빵이다.'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아동권리 페스티벌, 아동인권 워크ㅤㅅㅑㅍ, 아동인권교육연수... 라는 무수한
아동인권의 홍
수 속에서 아동청소년의 시민권이, 인간의 권리가 침몰하는 비애를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
다.

  인권의 원칙이 거짓된 언어가 아니기 위해서 오늘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반인권적 작태를
폭로해야 하며 싸워야 한다. 인권은 그렇게 유약하며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이밝은진/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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