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에 진학하지도 않는 학생을 포함해 해마다 모든 고3학생들
의 생활기록부를 전국의 380개 대학에 주고, 일부 정보는 병무청에도 제공하고
있어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7일 대입전형의 전산화를 위해 지난 1997년부터 해마다 고3학생의 생활
부를 시디로 만들어 정시모집 때 380개 대학에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시디에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어 수능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 수시모
집에 붙어 정시모집과 관련이 없는 학생, 외국대학에 합격한 학생 등을 포함해
60만 고3 전체 학생들의 정보가 들어 있다. 또 대입 지원자의 경우에도 생활부가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만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 모든 대학에 똑같이 간다.
특히 대학들은 “고3학생들이 재수를 해서 우리 대학에 지원할 경우 써야 한다”
며 이 시디를 없애지 않고 있는 데다 폐기 규정도 없어 전국 모든 대학마다 6년
치 360여만명의 생활부가 보관돼 있는 상태다. 이 시디에는 학생들의 성적·질
병·징계·가족관계·교사의견 등이 들어 있어 복사·유출될 경우 큰 피해가 우
려되는데도 대학의 ‘양심’만 믿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는 최근 교육정보화위원회에 대학별로 지원학생의 생활부만
제공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긴급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범석 교육부 차관은 “실무부서에 개선을 지시했다”면서도 “종이
로 된 생활부를 수험생이 직접 지원대학에 내던 6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특정대학 지원자의 생활부만을 추출해 그 대학에 주는 방식은 기술적으로 어려
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지금은 수시모집에서 42%를 미리 뽑기 때문에 정시모집 지원
자가 크게 줄었고 최근 서울대 등이 한 것처럼 지원자가 인터넷으로 입력한 원
서 내용을 대학이 종이 생활부와 대조하는 방식을 쓰면 업무도 감소한다”고 반
박했다.
이날 교육학술정보원이 이미경 민주당 의원에게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교육
부는 해마다 모든 고3 남학생의 생활부에서 학적변동 등 7가지 신상정보를 추출
해 병무청에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목적으로 만든 생활부의 일부 내용을 병무청
에 준 것이 목적외 유출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현행 병역법상 병무청이 요구하
면 자료를 주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