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살림을 시작하고 이틀째, 조그만 방안의 모든 것들이 이제 익숙하게다가옵니다. 혼자서 생활하기는 안성마춤입니다. 비록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마음 편히 보내고 있습니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비둘기 소리, 참새들의 지저귐. 현상적으로 평온한 아침나절입니다. 가끔씩 창밖을 보며 노닥거리는 참새들을 눈여겨봅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일속에 묻혀 전혀 가져보지 못한 개인 시간을 얼만의 기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말입니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노동과 교육해방의 의지도 굳세게 다져야겠지요. 네이스를 폐기하여 정보인권을 지키는 밑불이 되어야지요. - 활활 타오르는 네이스 폐기 투쟁의 밑불 말입니다.
동지들. 무더위와 장마로 어느 때보다도 건강과 안전에 유념할 때입니다. 1학기를 마치고 각종 연수와 휴가를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힘찬 2학기를 준비하고 계신 동지들께 뜨거운 동지애를 보냅니다. 쉼없이 달려온 1학기입니다. 걷기도 하고 뜀박질도하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교육공공성 확보와 참교육 실천, 정보인권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고생, 몸고생하면서 걸어온 길, 쉽게 가려고 하지 않는 그 길을 바로 동지들이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16개 시도 지부장님, 지회장님, 분회장님, 그리고 10만 조합원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신자유주의 벽을 넘어 교육공공성을 확보하여 참교육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해 애쓰시는 동지들, 자랑스런 동지들 덕분에 비록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귀중한 시간, 독서하며 마음 편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며칠 되지 않는 여름 방학 기간, 1학기 사업을 평가하고 2학기 사업을 마련하는 본부-지부-지회연수에 힘있게 결합하고, 정보인권의 불씨를 - 들불로 번져나갈 - 학교마다 지펴나가야 할 것입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인증폐기를 더욱 확대하면서.
프라이버시 보장은 너무나 상식적이어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개인 정보를 인터넷에 집적시키는 나라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무한한 변화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정보를 인터넷에 집적시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인권의식의 마비입니다.
언제나 개인보다는 전체, 집단을 강조하고, 개인의 인권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강조해온 지배권력의 이데올로기가 인권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고 각 분야를 인권의 사각 지대로 만들어 온 것입니다.
세계화, 정보화를 강조하면 할수록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할 문제가 바로 정보인권의 문제고 정보민주주의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특히 네이스의 문제는 법적인 근거도 무시한 채 시행되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한 인간에 대한 정보 독점, 학교에 대한 정보 독점, 교사들에 대한 정보독점은 국가 권력에 의한 감시와 통제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에는 사람들의 삶의 과정 전체가,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과정, 노동과정이 통제되어 인간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의 황폐화가 불을 보듯 명백하지 않습니까? 네이스는 재앙의 상자, 판도라입니다.
국가인권위 권고도 무시하고, 합의사항 마저도 내팽개치는 도덕 불감증, 인권 불감증은 무얼 믿고 나오는 뻔뻔스러움일까요. 법적인 근거 없이, 애당초부터 46개정도의 법률 규정, 규칙 등을 개정하고 나서야 네이스를 시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네이스를 강행하는 뻔뻔스러움의 바탕은 바로 자본의 논리, 신자유주의가 아니겠습니까?
네이스 인증폐기를 더욱 확대하면서 교장선출보직제, 표준수업시수와 법정정원확보, 법개정을 위한 사업들은 힘차게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희망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만들기 위해 아직은 좀더 땀흘려야 할 때입니다. 무더운 여름철, 더욱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단결을 통해 변혁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변화를 꿈꾸며 실천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만들고 역사를 진보의 방향으로 향하게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