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인권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의 NEIS 관련 의견서
전자정부 11대 중점추진과제 중의 하나로 진행되어온 NEIS가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의 전횡에 의하여 강행되려 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그동안 교사, 학부모, 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NEIS가 가지고 있는 인권침해적 요소와 NEIS 추진 과정에서 나타났던 비민주적인 요소를 비판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NEIS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재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 비판의 내용은 주로 개인정보의 유출과 이로 인한 프라이버시권 침해 및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한 일방적 정책추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문제점들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소중한 인권 특히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소위 정보인권을 여지없이 파괴하리라는 우려까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이러한 문제들과 더불어 NEIS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 즉 국가의 국민감시기구로의 전용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바입니다. 지난 시기, 권위주의정권에 의하여 폭력을 통해 침해되어왔던 국민의 인권은 이제 겨우 치유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측면에서 국민의 인권을 유린해왔던 권위주의정권은 특히 국민을 세세하게 감시하는 법률과 제도를 도입하여 가동함으로써 국민들의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는바, 현재 진행되고 있는 NEIS 체제가 결국 또 다른 국민감시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그 내용상으로도 실제 그러한 효과를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우리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정당한 민주적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음은 물론이려니와 애초 국가인권위원회의 의사를 듣고 이를 반영하여 NEIS를 추진하겠다고 한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어기고 NEIS를 강행하려 하는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교육인적자원부의 NEIS 정책이 가지고 있는 부당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합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NEIS의 반교육적이며 반인권적인 측면의 문제점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믿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미에서 지문날인 반대연대가 NEIS에 대하여 우려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1.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에 의한 정보통제가 결국 자발적 자아형성을 억압하는 인권침해임을 확인하고 NEIS가 국가에 의한 국민통제의 기능을 수행함을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권위주의정권의 폭력과 억압을 기억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는 그러한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정권이 이 땅에 도래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원과는 별도로 과거 권위주의정권이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하여 도입했던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법률과 제도는 그대로 살아남거나 오히려 강화되어 감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도래와 인권의 보장을 요원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법률과 제도 중에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법률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국가보안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주민등록법과 호적법 등의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입니다. 이들 법률들의 공통점을 보면 애초 법률의 제정취지 자체가 국민의 편리민복보다는 행정편의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확인하고 그 내용을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목적에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수립과 정책수행을 위해 일정정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편리와 안전이 제공되기 때문에 국민은 그 범위 안에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국가에 등록시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을 강요하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임의로 보관하고 활용함으로써 행정의 편의를 도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국가의 정책은 개인을 말살하는 감시행위일 뿐이었습니다.
주민등록법 등을 비롯한 국민의 개인정보를 국가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법률만으로도 국가차원에서 수집하고 보관하고 이용하는 개인정보는 그 양적인 측면에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든 정도의 광범위한 수준에 달해 있으며, 갈수록 그 질적인 측면에서 민감하고 은밀한 개인정보들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개인의 모든 정보가 일일이 국가에 귀속될 경우 국민 개개인은 국가 앞에서 벌겨 벗겨진 존재가 되어 국가의 행위에 대하여 일체의 복종만이 남게 될 뿐 자유의사에 의한 표현과 행동이 심각하게 위축되며 결국은 끊임 없는 자기검열 속에서 권력에 순응하는 인간형으로 고정화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겪어왔던 일이었으며, 앞으로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이러한 일이 NEIS라는 치명적인 개인정보수집장치에 의하여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2. 국가인권위원회는 NEIS가 전자정부추진과정에서 다른 개인정보수집장치들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운영될 시스템이라는 점을 확인하여 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NEIS는 단지 교육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교육현실 안에서만 감시와 통제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정부로 대변되는 국가적 차원의 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서 다른 정보화사업에서 얻어지는 각종 개인정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활용될 것이기에 우려는 더욱 깊어집니다. 전자정부 11대 중점추진과제 중의 하나인 NEIS는 결국 다른 전자정부사업들, 정보화를 통한 민원서비스혁신사업,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시스템 구축사업, 홈택스 서비스 구축사업, 시군구 행정종합정보화사업과 맞물리면서 완벽한 국민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하나의 축이 될 것입니다.
정보화를 통한 민원서비스 혁신사업의 경우는 주로 주민등록정보를 중심으로 하여 기본적인 민원업무에 관련된 모든 개인정보를 국가가 보유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홈택스 서비스 구축사업이라는 것은 세제와 관련된 개인정보 일체를 국가가 수집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며,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시스템 구축사업은 복지와 관련된 개인정보 일체를 국가의 수중에 장악하겠다는 것이고 시군구 행정종합정보화사업은 이렇게 수집된 일체의 정보를 모든 국가기관이 공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의 간략한 내용만으로 보더라도 국가의 행정편의를 위하여 제반 모든 정보화를 추진하는 반면에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나 프라이버시권의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기존의 미흡한 장치들을 그대로 존치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을 뿐 실질적인 정책적 배려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오직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급급한 현 정부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서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국민의 인권, 특히 정보인권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NEIS를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주지 않은 채 강제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이처럼 광범위한 차원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국가가 수집 관리 이용하여 국민 전반의 생활체계를 쉴 새 없이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할 여지를 열어주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더구나 각종의 국가정보화사업은 개별적으로 모두 기업체와 연관이 됨으로써, 결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해야할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국가의 국민통제능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이윤을 확보해주기 위한 거간꾼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3. 이처럼 감시와 통제의 악몽에서 이제 막 헤어 나오려 하고 있는 국민을 더욱 두려운 감시체계 속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는 NEIS는 마땅히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 없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제도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 인권은 땅에 떨어지게 되며, 국가에 대한 불신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지문날인 반대연대의 생각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NEIS에 대하여 제도적 개선보다는 강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는 과연 교육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정부부처인지 아니면 정보화를 통한 행정효율의 향상에만 급급하고 있는 교육관료집단일 뿐인지 심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행정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저열한 인식수준을 극복하는 계기로서 NEIS의 반인권적 요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이상의 이유를 들어 교육인적자원부의 NEIS 추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내용의 재정비와 사회 각계각층의 동의를 얻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며,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 한 NEIS의 추진을 중단할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