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에 관한 의견서
저희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작년에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활동한 바 있습니다. (진보네트워크가 발행하는 정보운동소식지 네트워커 2002년 9월호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 - '신자유주의로 프라이버시권도 위기에' 전재/ 12월 대선 정보기본권 공약 사회단체 공동요구안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전면 재조정 요구/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인권현안의견서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 포함 제출/ 프라이버시 보호- 네이스 폐기 연석회의 활동)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한 사회단체들은 지난 2월 19일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8일 인권위에서는 청문회를 열어 전교조와 교육부뿐 아니라 학부모, 교육전문가, 법률전문가, 보안전문가가 참석하여 교육행정정보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교육행정정보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은 인권위원회에서는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권고안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권위원회에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인권침해 이유로 진정한 것은 교육부와 전교조의 입장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에 중재해달라고 진정한 것은 아닙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보안문제 이전에 시스템 운영 자체로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진정한 것입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고 판단하여 줄 것을 바랍니다.
1. 개인의 기록이 전산화되고 전국단위로 집적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는 전국민의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으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침해할 소지가 큽니다. 또한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은 바로 감시와 통제의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같은 전국단위 행정정보시스템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한 개인의 성장에 대한 개인정보 전반이 전국단위 규모의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된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사실이며 헌법적인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이 12년간 교육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전국민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는 그 폐기시한도 불분명한 채 시행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가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시행된다면 이후 전자정부도 전자정부가 인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따지기보다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될 것입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는 이후에도 전자정부 사업에 있어서 인권영향평가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2. 동의없는 개인정보의 이관은 자기정보통제권리에 위반되는 것이며 현행법률아래에서도 위법합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이관되는 개인정보는 단위 학교의 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에 있던 정보를 전산화하여 시도단위로 이관/집적한 것으로 정보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받은 일이 없습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정보를 개인의 동의없이 이관하는 것은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또한 81년 이후 각급학교 졸업생들은 개인정보 이전에 대해 아무런 동의도, 고지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NEIS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신의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대국민 서비스'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보화를 위해서라거나,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이 있는 경우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관하는 것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을 정도로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합의와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현재 10만 여명이 넘는 학부모가 본인과 자녀의 개인정보이관에 대해 입력동의거부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정보주체들의 이러한 반발이 있는데도 개인정보를 집적하는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시행된다면 자기 정보에 대한 개인의 인권은 무참하게 짓밟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는 이러한 개인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존중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개인정보의 이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3.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집적되는 정보는 일반 행정정보가 아니고 개인의 매우 내밀한 정보입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집적되는 것은 한 개인이 12년간 교육받는 동안의 개인정보입니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정에 대한 내밀하고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 정보는 전화번호나 신용정보같이 되돌리거나 개인이 선택하여 바꿀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소중한 정보가 수십만명, 수백만명 단위로 집적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정보 유출에 따른 위험도가 치명적입니다. 담임, 학생, 학부모의 교감에 의해 형성된 학생에 대한 개인정보는 꼭 알아야 할 사람만 알아야 하고, 적재적소에 있어야 하며 교육 목적을 위해 필요한 시간동안만 보존되어야 하고 그 이후에는 폐기되어야 합니다. 또한 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의 기록도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입시 등을 위해 전산화/이관할 필요가 있다면 개인이 동의하고 인식하고 있는 위에 신중하게 전산화/이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는 교사의 신상에 대해서는 재산, 정당, 사회단체 가입, 징계형벌, 적성검사, 결혼일자, 통근방법, 생활수준, 종교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입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생활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되며, 개인정보를 이전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미리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기본원칙을 어기고 있는 것입니다.
4.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는 교육행정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여 교육을 수치화, 획일화하고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있어 현장교사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입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는 교육행정에 대해 27개 영역 6000여개의 항목에 달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방대한 정보의 수집은 필연적으로 통계중심의 교육을 가져오게 됩니다. 성적 중심, 입시 중심의 교육이 가져온 폐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또 다시 정보화라는 명분아래 전국적인 숫자 중심의 교육이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학교와 교사의 자율적인 교육방침에 대해 교육청과 국가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여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육의 중앙집중화, 획일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교원들에게는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 시스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규모로 수집되는 교육행정정보는 수치화, 계량화, 통계화하여 교육정책에서 현장 교사들의 의견보다는 국가단위로 집적된 교육행정정보가 더 중요시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교원의 교육활동의 결과를 전산화하고, 교육활동 자체를 표준화된 교육행정과 계량화에 따른 평가체제에 맞추어 교원의 교육열정과 전문적 자율성을 심각하게 해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교육정보화의 첫걸음이며 대국민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가 당장 시행되지 않으면 올해 대학입시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정보화는 학교단위정보시스템(C/S)로도 충분히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단위로 개인정보를 모으는 것이 정보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일수는 없습니다. 또한 대국민서비스를 위해서라면 현재의 서비스로도 상당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필요가 불확실한 대국민서비스의 진행을 위해 인권침해와 막대한 예산소요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효율성과 인권을 동일선상에 두고 효율성을 위해 인권침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관철된다면 이후 전자정부진행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작년에 이미 학교단위정보시스템(C/S)으로 대학입시를 잘 치러내었기 때문에, 대학입시 일정이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를 졸속으로 성급하게 시행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위와 같이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바랍니다.
정보사회에서 '정보'란 곧 권력이며 재산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국가와 시장은 시민들의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에 대한 접근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을 무제한 용인하게 되면 결국 전자적 감시사회가 도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시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표현, 행동을 발전시킬 수 없으며, 노동자나 미성년 학생 등 사회적 약자들의 존엄성은 안보와 경제 논리의 이름으로 짓밟히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효율성이라는 미명아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효율성과 인권이 대립하고 있는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는 향후 전자정부 시행이 인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